잡담 & ETC

어느 새벽에 작성하는 첫 회고록

Hyunec 2021. 12. 10. 06:57

백엔드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이 된 어느 날 새벽, 소용돌이치는 생각들을 정리하려 쓴다 쓴다 생각만 했던 회고를 기록해봅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열정적이지 못했던 인프라/기술지원을 그만두면서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개발이기에 돈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비 지원보다는 부트캠프가 좋다고 판단했고, 몇 개의 비교 끝에 코드스쿼드 교육기관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에게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기 학습을 위한 교육 방법과 몰입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고, 저에게는 꽤나 맞는 교육법이었습니다. 교육기간 내내 교육장에서 가장 늦게 나가는 학생 중 한 명이었고 배수진을 치고 온 만큼 절박하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수료와 동시에 백엔드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전 회사의 경험으로 IT 전반에 대한 지식이 있었기에, 혼자 하는 공부보다는 실무의 사이클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준비를 더 해야 되는 대기업보다는 지금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회사를 선택했고, 처음에는 작은 실무의 사이클을 개발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의 단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시니어가 없는 상황에서의 몇 번의 개선 시도는 실패하기 일쑤였습니다. 성장이 고팠던 저는 불만이 쌓였고, 그렇게 1년 동안 2개의 회사를 거쳤습니다. 짧은 기간에 2번의 이직을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하루하루를 코드스쿼드 때보다 더 몰입해서 공부했고,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작은 단서를 찾기도 했습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슬럼프가 왔습니다.

이전의 회사는 구성원들의 연차도 적고, 아직 아이템도 뚜렷하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획의 변경도 잦고, 기술의 깊이보다는 시간을 쏟아 해결할 수 있는 피쳐를 다수 개발하는 게 주 업무였습니다.

 

저는 지금의 환경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을 베스트 프랙티스가 아닐지라도 행할 수 있는 개발자가 좋은 개발자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야근이 강요되는 회사가 아니었음에도 항상 제가 원하여 막차를 타는 생활을 하면서 지금 필요한 피쳐 개발에 몰입했습니다. 아마 부족한 제 실력으로도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소속감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즐기며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지금의 회사는 팀원들도 훌륭하고 깊이를 고려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과 조금의 여유도 있는 훌륭한 환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 속도만 생각했던 이전과 다르게 깊이를 고민하면서 제 기술적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업무에서 새로운 기술의 학습과 적용, 일정을 저울질하다 보니 자괴감이 들었고, 그동안 잘 실천하지 못했던 설계의 중요성도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인 타인과의 비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xxx는 MSA를 하면서 대량 트래픽을 경험하고 있다던데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yyy는 연봉을 zzz만원이나 받는다는데..

 

사실 해결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나태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몰입을 위해 강한 제약 사항을 걸곤 합니다. 이전의 회사들에서 걸었던 빠른 개발 일정이 그것 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서는 다른 시야를 가져야 되면서 오는 차이와 그 사이에서 오는 나에 대한 실망감과 괴리감이 슬럼프의 원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커리어 몇 년차쯤 겪는 번아웃 중 하나이고,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지금이 지나면 괜찮아질 과도기입니다. 근데 난 아직 그 시기도 아니고, 다 알면서 왜 이럴까.. ㅠㅠ 

 

그래서 다시 몰입을 위한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성장을 위해서 순수 기술에 대한 공부만, 시간을 쏟는 방법으로만 했습니다. 특히 '함께 자라기' 같은 책은 실무와는 먼 이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슬럼프를 겪으면서 순수 기술에 대한 내용이 아니면 보지도 않던 유튜브를 보면서 마음을 정리했고, 개발바닥의 유튜브가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몰입과 함께 자라기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영상

마치며

아마 옛날이었다면 이런 주제의 글을 쓰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모두 나와 같은 시기를 겪었거나 겪을 것이고,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의 팀이나 동료로서 더 좋은 방향으로 빌드업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또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소용돌이치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슬럼프이지만 곧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